🧑🏻💻 Ep.19 | 반복을 에이전트에게 넘긴다는 것
저는 한동안 월요일 아침마다 같은 일을 했습니다. 지난주 배포 목록을 모으고, 에러 로그를 훑고, 릴리스 노트를 정리하는 일. 매번 30분쯤 걸렸어요.
처음엔 그것도 AI에게 시켰습니다. 그런데 매주 똑같은 지시를 다시 적고 있는 저를 발견했죠. 어느 순간 "이건 매번 시킬 게 아니라 그냥 넘겨버려야겠다" 싶었습니다.
AI에게 한 번 시키는 것과, 반복되는 일을 아예 넘겨버리는 것은 다른 단계입니다.
1. 한 번 시키기와 흐름을 넘기기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AI에게 한 번씩 일을 시켰습니다. 대화를 열고, 시키고, 결과를 받고, 닫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은 매번 똑같아요. 매주 같은 리포트를 만들고, PR이 올라오면 같은 항목을 점검하고, 특정 에러가 나면 같은 순서로 확인합니다. 이런 일은 매번 시키는 대신 흐름 자체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트리거를 당기는 게 아니라, 정해진 조건이 트리거가 되는 거죠.
2. 자동화하기 좋은 일
모든 걸 자동화하면 안 됩니다. 자동화는 공짜가 아니에요. 만들고 유지하는 데 시간이 듭니다.
좋은 후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자주, 똑같이, 판단이 적게 반복되는 일.
한 달에 한 번이면 손으로 하는 게 낫고, 매일이면 자동화가 남습니다. 매번 절차가 바뀌면 오히려 골치 아프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끼면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가끔, 매번 다르게, 판단이 큰 일은 자동화 후보가 아니에요. 이 구분을 하는 것 자체가 첫 단추입니다.
3. 에이전트는 도구를 엮어 일한다
앞에서 AI에게 도구를 쥐여주는 이야기를 했는데, 자동화는 그 도구들을 순서대로 엮는 일입니다.
아까 월요일 리포트를 예로 들면 이런 흐름이에요.
1️⃣ 배포 시스템에서 지난주 목록을 가져온다 (도구 1)
2️⃣ 로그 시스템에서 에러를 집계한다 (도구 2)
3️⃣ 둘을 묶어 릴리스 노트 초안을 쓴다 (AI)
4️⃣ 팀 채널에 올린다 (도구 3)
에이전트는 "도구를 골라 쓰고, 결과를 보고, 다음 도구를 고르는" 흐름을 스스로 돌립니다. 사람이 매 단계를 손으로 잇지 않아도 되죠. 도구가 잘 만들어져 있을수록 자동화가 쉬워지고요.
4. 작게 시작해야 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자동화를 만들려다 대부분 무너집니다. 단계가 많을수록 어디서 틀어졌는지 찾기 어렵거든요. 저도 첫 시도 때 네 단계를 한 번에 엮었다가, 3번에서 조용히 깨지는 걸 한참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한 단계만 자동화하고(예: 로그 집계만), 그게 안정적으로 돌면 다음 단계를 붙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는 구간을 남겨둡니다.
☑️ 처음엔 "사람이 검토 후 승인" 단계를 중간에 두는 게 안전합니다. 신뢰가 쌓이면 그 단계를 줄여가면 되고요.
신입에게 일을 넘길 때랑 똑같죠. 처음엔 다 확인하고, 믿을 만해지면 점점 맡깁니다.
5. 진짜 비용은 유지보수다
만드는 건 하루면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연결한 시스템의 API가 바뀌면 자동화가 조용히 깨집니다. 이 "조용히"가 가장 위험해요. 리포트가 안 오는 게 아니라, 틀린 리포트가 옵니다. 아무도 안 보는 자동화는 어느 날부터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동화에는 "이게 제대로 돌고 있나"를 감시하는 장치가 같이 있어야 합니다. 자동화를 감시하는 것까지가 자동화예요. 기술 부채와 같은 이치입니다. 빨라진 만큼 방치된 자동화도 부채가 됩니다.
6. 사람이 남아야 하는 자리
자동화가 늘어도 사람이 반드시 남아야 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이 배포를 롤백할까" 같은 판단은 자동화에 맡기면 안 됩니다. 정해진 흐름을 벗어난 예외 상황은 사람이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자동화가 한 일도 결국 누군가의 이름으로 나갑니다.
☑️ 자동화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반복에서 빼내 판단이 필요한 곳에 두는 일입니다.
30분짜리 리포트 작업이 사라지면, 그 30분으로 "이 숫자가 왜 이렇게 나왔지"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저한테는 그게 자동화의 진짜 소득이었어요.
7. 무엇을 넘길지 정하는 게 실력이다
도구를 잘 만드는 것도 실력이고 자동화를 잘 짜는 것도 실력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실력이 있어요.
무엇을 넘기고 무엇을 쥐고 있을지를 정하는 감각입니다.
반복은 넘기고 판단은 쥡니다. 확인된 흐름은 맡기고 예외는 받습니다. 이 경계를 잘 긋는 사람이, 같은 도구로 훨씬 많은 일을 합니다. 자동화의 목표는 "사람이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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